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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20% 산후우울증, 치료는 1% 불과 "지원 필요"

산모 20% 산후우울증, 치료는 1% 불과 "지원 필요"

  • 박소영 기자 young214@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0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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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환' 낙인 치료 걸림돌...인식 전환 시급

 
방치된 것과 다름 없었던 산후우울증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정신건강재단은 4일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산후우울증 지원방안 정책 공청회'를 열었다. 산후우울증 현황을 소개하고 지원 대책을 제안, 향후 보건복지부가 국내 상황에 적합한 제도를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최악의 경우 영아 살해 후 자살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산후우울증은 산모의 10∼20%에서 발생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산후우울증 선별 검사와 교육을 법으로 규정해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산후우울증 유병률 조사는 물론 관련 법규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저출산 위기에 몰린 정부가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산후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조사에서 산후우울증이 14년 넘게 누락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관련 연구가 미진한 이유로 이동우 상계백병원 교수(대한정신건강재단 이사)는 "그간 임신 중에만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돼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과장은 "모성애를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산후우울증을 겪던 산모가 아이를 죽였다는 자극적인 기사만 몇 번 보도된 정도다. 정부에서 출산율 저하가 문제가 되니 이제야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낮은 산후우울증 치료 현황이 지적됐다. 백종우 경희의대 교수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후우울증 치료를 받은 산모는 전체의 1% 미만인 약 4000명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매년 산모의 12.5%인 50만명이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산후우울증으로 1회 이상 진료 받은 환자의 연평균 외래 방문은 4~5일에 불과하다. 약제 투약 기간도 90일 전후로 매우 짧아 저치료가 심각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특히 "건강보험가입자(0.75~0.95%)보다 의료급여수급자(2.89~5.48%)에서 산후우울증 발병률이 3~5배 높았다. 의료급여수급자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데 반해 산후우울증 비율은 월등히 높은 것에 대한 종합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특한 점은 제왕절개보다 정상분만으로 출산할 경우 산후우울증 위험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제왕절개 비율이 60%로 여전히 높긴 하나 정상분만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정상분만의 어떤 요인이 산후우울증 위험을 높이는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후우울증 지원 방안으로는 중앙 컨트롤 타워 개설, 선별 검사 시행 및 전문 인력 양성, 대국민 홍보를 통한 인식 개선 등이 제안됐다. 이소희 과장은 "질병에 대한 낮은 인식도와 정신 질환이라는 낙인, 치료에 대한 낮은 기대와 육아로 인한 치료의 어려움이 걸림돌"이라며 산후우울증에 특화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정신적 질환이라는 점에서 홍보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됐다. 이 과장은 "산모의 문제로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돕는 방향으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 산후조리원, 미혼모 시설 등에 산후우울증 대책 홍보 동영상과 안내문을 제작, 배포할 것을 주문했다.

산후우울증 컨트롤 센터인 중앙의료지원단 개설을 제안, 특화된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 치료 프로그램을 보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과장은 "약물 치료를 기피하는 임산부 및 산모 특성상 전문 인력을 활용한 치료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산모들은 내원이 어렵기 때문에 가정방문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산모와 아이를 함께 치료하는 상호 애착 증진 프로그램도 필요하며, 치료 후 3년까지는 지역사회 지원을 연계해 추적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후우울증 선별 검사를 수가화해 산부인과 및 소아과에서 실시하게 한다면 현재의 낮은 치료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산후우울증의 저치료 현황과 조기 개입 방안(백종우·경희의대 교수) ▲국내 산후우울증 역학조사 방안(전홍진·삼성서울병원 교수) ▲산후우울증 지원 방안과 인프라 구축 방안(이소희·국립중앙의료원 과장)의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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